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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명작동화 좀 읽혀 주세요
어린이들에게 독서지도를 하는 동안 많은 엄마들로부터
“선생님, 우리아이에게 명작동화 좀 읽혀주세요.”
하는 주문을 심심찮게 받곤 했다.
그런데 명작의 의미는 무엇인가? 명작은 어떻게 해서 정해진 것일까?
어떤 이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명작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당연히 유명한 작가라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국작가의 작품이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80년대 후반, 아니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번역되어진 소위 명작(?)들 중에는 한심한 책들이 많았다. 제목만 보면 분명히 유명한 작가의 작품인데 내용은 보잘 것이 없어서 어린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책들이다.
그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번역자의 이름도 없고, 이 출판사 저 출판사의 베끼기 번역에다 출판사나 편집자의 마음대로 줄거리를 삭제하거나 줄여놓은 책, 삽화 또한 오리지날리티가 없는 조잡한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는 여러 출판사에서 만들어진 같은 작품 중에 똑같은 삽화가 들어있는 책이 있기도 한데, 그 삽화자체가 텔레비전 만화영화에 방영되었던 그림이 그대로 복사된 것을 볼 때는 아연실색할 뿐이었다. 그래도 그것이 명작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읽혀야 되는 책인지 의심스러웠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번역, 이 책 저 책에서 잘라 온 ‘??출판사 편집부 편’으로 출판된 번역본, 줄거리를 요약해서 나온 다이제스트나 초등학교 어린이를 위해 짧게 줄여놓은 성인용 문학작품 등은 그것이 아무리 유명한 명작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더라도 절대로 아이들에게 가까이 시켜서는 안 될 책들이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좋은 번역 작품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어 반갑다. 그것이 꼭 오랫동안 읽혀져 온 명작이 아니어도 좋다. 번역자도 출판사나 편집자도 책임감을 가지고 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면 좋은 책이 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문화를 우리의 정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된 책, 원작자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잘 알아차려 우리 말 중에서 꼭 집어내어 번역해 낸 어휘, 우리말의 옳은 문장을 구사하고 있는 훌륭한 글 등, 번역된 책을 아이들에게 읽히려고 할 때는 명작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그 책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꼼꼼히 살펴 볼 일이다.
명작동화라고 하면 외국의 유명한 작가의 작품만을 떠올리다 보니 국내작가의 동화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명작동화라고 하면 안델센 만을 생각해 내고, 백설공주, 인어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신데렐라 등은 잘 알아도 우리나라의 동화작가나 동화는 별로 읽은 경험이 없다. 물론 안델센은 동화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으니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겠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의 동화와 동화작가도 알려주어야 하겠다.
대학생들에게 가끔 수업시간에
“아동작가, 강소천을 알고 있어요? 어렸을 때 강소천 선생님의 작품을 읽어 보았나요?”
하고 물어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니 모든 학생들이 멍하고 나를 쳐다보곤 한다. ‘그게 누구예요?’ 하는 얼굴로.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간단하게는 동요, 동시로부터 동화에 이르기까지 강소천의 작품은 많다.
강소천의 동요를 무수히 불러왔지만 강소천이 누군지 전혀 알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명작이라는 이유로 외국동화 만을 찾아 읽혔지 우리의 동화를 읽히지 않은 영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어린이문학의 역사가 짧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도 좋은 어린이 문학가가 있음을 주지시키고 발굴해야 우리나라의 어린이문학도 발전하여 세계적으로 명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이 나오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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