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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로크 강을 건너서 | 김서정 | 웅진닷컴
“두로크강을 건너라”
이 소리가 때때로 나에게도 들려오는 것 같다. 의미 없는 회색빛 삶이 지속되거나 변화의 기로에 섰을 때 들려오는 음성. 작가는 두만강과 압록강을 합쳐 두로크강이라 이름 짓고 그 강을 건너려 애쓰는 꽃제비 아이들을 떠올리며 이 글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강은 그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도 있는 것 같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란 뜻의 라틴어 ‘아라챌리’에서 딴 주인공의 이름 ‘애이라’와 ‘챌리’.
애이라는 심신이 모두 건강하고 적극적인 아이다. 상급학교를 진학하고자 할 때 진학위원회에서 정한 군사학교가 아니라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학교를 가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가 국가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영문도 모른 채 부모와 헤어져서 동생과 함께 비론에 보내지게 된다.
비론은 국가에 반역한 사람들이 수용되는 수용소이다. 회색빛,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곳. 이곳에 온 날부터 애이라는 두로크 강을 건너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군사훈련 때도 본능적으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애이라. 애이라는 친구들이 하나 둘 치료도 못 받고 짐승처럼 버려져 죽어가는 겨울을 지내고 봄이 오자 아무 것도 아닌 존재로 아무 곳도 아닌 곳에 버려졌음을 깨닫고 동생과 함께 두로크 강을 건너기로 결심한다.
10년을 비론에 있었으면서도 무서워서 떠날 생각을 하지 못했던 재후의 자살, 두로크 강으로 가는 험난한 여정, 강을 건넌 후 펼쳐진 빛나는 세상...
끝부분으로 갈수록 마음이 조마조마한데 책을 놓을 수가 없고, 애이라와 챌시가 천국으로 간 것 같은데 슬프지도 않다. 애이라의 용기와 내면의 소리에 따라 비론을 떠나는 결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현실과 환상이 조화롭게 이루어진 이야기이다. 환상이면서도 어딘가 있을 것 같은 현실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로 풀어갔다. 억눌린 자아가 성큼 자란 느낌이다.
(평가자 : 정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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