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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 | 수지 모건스턴 | 비룡소
어네스트 모레스트, 교과서 같은 모범생이다. 아이답지 못한 그리고 모든 면이 균형있게 자란 아이가 아니다. 어네스트가 태어난지 사흘만에 엄마는 세상을 뜨고 아빠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래서 프레시외즈 할머니에게 남겨진 어네스트는 숨막히는 할머니와의 생활을 숨이 막히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길을 벗어나보지도 못했으며, 살림을 도와주고 있는 제르멘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음식 외에는 먹어본 적이 없다. 점심시간이 되면 물론 학교급식도 먹지 않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는다. 다른 아이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잘 생겨서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여자아이들은 어네스트와 말이 하고 싶다. 그런데 어네스트는 전혀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알지도 못하니 친구를 사귈 수도 없다. 공부도 잘 하고 전혀 말썽을 부릴 줄 모르니 선생님에게 무척 칭찬받는 아이지만 답답하다.
어네스트를 변화시킨 것은 빅투와르의 출현이었다. 빅투와르네는 남자형제 열두 명과 부모, 그래서 열다섯 명의 대가족이다. 얼마나 활기차게 돌아가는 가족일까 짐작할만 하다. 빅투와르는 말없고 조용하고 틀 속에 들어있던 어네스트를 자기네 가족과 묶어버렸다. 그 후로 할머니에게 무언가 요구도 할 수 있는 아이로 변했고 이는 또 할머니를 변화시켜 한 번도 외식을 해보지 못했던 할머니를 밖으로 끌어내기도 한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다. 어네스트를 보고 있노라면 자칫 늘어질 듯도 한데 빅투와르네 가족이 팽팽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수지 모건스턴이 쓴 다른 작품인 <조커, 학교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가 학생들과 선생님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면, <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는 가족간의 관계와 사랑을 말하고 있다. 관계가 원만히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사람은 완전하게 되고 남도 사랑할 줄 알게 된다. <놀기과외(로리 뮈라이유, 비룡소)>도 친구를 통해서 인간관계를 배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있어 함께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초등 고학년에서 청소년에 이르기 까지 일히면 좋을 듯.
송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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