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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 쓴 글씨 | 김 옥 | 창작과비평사
- 김 옥 글/이은천 그림/창작과비평사/2002.4.23/6,000원
- 현실적, 심리학적, 표현 풍부/초등 고학년∼중학
- 작가 김 옥의 완성도 높은 단편 다섯 작품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그림 속 풍경'을 제외하고는 가난, 5 18 광주 민주화 운동, 입양 등, 각 작품의 주제가 자못 무겁다.
표제작인 '손바닥에 쓴 글씨'는 어린이 책에서는 보기 드물게 8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해마다 5월, 봄바람만 불어오면 자신을 주체 못하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떠도는 상수 엄마.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아빠마저 그런 엄마에게 지쳐 떠나 버리는데, 상수만은 엄마 곁에 남아 그런 엄마를 지키려 한다. 어느 날 우연히 오래 된 와이셔츠 상자 속에 들어 있는 꽃씨 봉투를 보게 된 상수는 그 일로 인하여 엄마에게 모진 매를 맞는다. 그 날 밤 제 정신으로 돌아온 엄마는 그 동안 가슴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상수에게 모두 털어놓는다. 모범생이며 동생을 끔찍이도 예뻐했던, 상수 엄마(숙희)의 쌍둥이 오빠. 둘의 생일이 있던 5월의 어느 날, 오빠는 친구에게 책을 전해 주러 간다며 학교로 가고 엄마는 들리는 소문이 흉하다며 절대 시내로는 가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철없는 숙희는 오빠에게 생일 선물로 은반지를 사달라 하며 잊어 버릴까봐 오빠 손에 '숙희 은반지'라고 진하게 써 준다. 그 길로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도청 앞에서 반쯤 정신 나간 엄마와 함께 시신들을 들춰보는데... 돌아서는 숙희의 시선을 붙드는 것이 있었다. 얼굴은 피투성이여서 알아볼 수 없으나 퉁퉁 부은 손바닥에 선명하게 쓰여 있는 '숙희 은반지'! 숙희는 순간적으로 오빠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말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이로 인해 엄마는 완전히 정신을 놓게 된다.
무자비한 소수의 권력 다툼으로 인해 그 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신산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결코 자랑스럽지 못한 사실이지만 이 또한 우리나라의 역사이기에 외면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정확하게 이야기해 주어야 할 것이다.
(평가자 : 김주희 I 사무국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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