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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을 다녀와서
안동
유안진
어제의 햇볕으로 오늘이 익는
여기는 안동
과거로서 오늘을 대접하는 곳
서릿발 붓끝이 제 몫을 알아
염치가 법규보다 앞서던 곳
옛 진실에 너무 집착하느라
새 진실에는 낭패하기 일쑤긴 하지만
불편한 옛것들도 편하게 섬겨가며
차말로 저마다 제 몫을 다 하는 곳
눈비도 글 읽듯이 내려오시며
바람도 한 수 읊어 지나가시고
동네 개들이 덩달아 댓 귀 받듯 짓는 소리
아직도 안동이라
마지막 자존심 왜 아니겠는가.
시인들은 천재다.
위의 저 짧은 글로 어찌 저토록 안동을 잘 나타냈는지.
안동 하면
예스럽고 점잖고 엄격하면서도 따뜻할 것만 같은
지금도 그 곳에 가면 도포에 갓 쓰신 어른들을 만날 것만 같은 고장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안동에 다녀왔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후원하고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이야기할머니 교육에 참석하는 행운을 얻어
2박 3일의 강행군을 마치고 돌아왔다.
수학여행을 앞둔 아이처럼 밤잠도 설치고 새벽 세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4시 반에 집에서 출발
버스에 전철에 택시까지 타고 모이는 장소에 도착했다.
안동을 향하는 50명의 60대 예비 이야기할머니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수학여행가는 여고생들 이었다.
푸르름이 절정을 이룬 차창 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안동이다.
저 아래로 안동 댐이 내려다 보이는 산자락에 자리잡고 앉은
한국국학진흥원과 부설 인성교육원은 모든 건물들의 지붕이 기와가 얹어져 있어
극히 한국적이면서 주위의 산세와 소나무 조경과 어울려 멋있고
위풍 당당한 모습으로 우리들을 맞이했다.
경북지역에서 50명, 서울지역 50명 해서 100명의 연수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란 무엇인가? -송영숙
이야기할머니의 역할과 중요성-김병일
유아 인성 발달에 대한 이해와 지도 -김경심
전통가정에서의 인성교육 -박미자
다양한 이야기 방법 –임현경 정순재
이야기 잘하는 방법 -전영택
유아 인성교육의 현황 및 바람직한 방향 –문미옥
수준 높은 강의와
도산서원, 퇴계 종택, 이육사 기념관, 군자마을, 탐방에 이어
유교 박물관 견학까지 정말 강행군을 했다.
그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 퇴계 종택에서
흰 모시두루마기 차림으로 우리를 맞아 맞절을 하시던 퇴계선생님의 18대 후손이신
연로하신 어르신이 강조하시던 말씀이다.
譽人造福<예인조복>-사람을 칭찬하는 것이 복을 짓는 것이다
道德救國<도덕구국>-도덕성을 회복하여 조국의 위기 극복에 앞장 섭시다
心性導正<심성도정>-그 길은 각자의 심성을 바르게 가꾸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譽之樂之<예지낙지>-남의 좋은 점을 찾아 내어 칭찬하고 배우는 일을 낙으로 삼읍시다
適水成川<적수성천>-작은 물 방울이 모여 시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듯이 우리의 곧은 심성 하나하나가 모여 그 무엇으로도 막지 못할 도도한 도덕의 강물이 될 것입니다.
啓曉伴征<계효반정>-새벽을 열어 우리 함께 갑시다.
여러 훌륭하신 교수님들의 강의와
또 퇴계선생님의 혼과 그분의 남기신 말씀들,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 말 없이 전해주는 메시지 등……
강행군으로 육신은 지치고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돌아오는 내 마음은
옛날 할머니들이 하던 무릎교육의 사명감을 갖고
우리의 새싹들인 어린이들에게
더욱 재밋고 유익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適水成川<적수성천>을 이루는데
물방울 하나 보태는 여생이 되겠다는 기특한 결심을 새롭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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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동을 다녀와서|작성자 henu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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