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희   

41회 이야기 잔치 자료

돼지는 맞돈 주고 먹는 줄 알았지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무척 시장하여서 길가의 주막집에 들어갔습니다. 막 들어서니까 주인 여자가 두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큰 자배기에서 막 건져 낸 것이라 뜨끈뜨끈한 것이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아, 저 김 나는 두부를 초간장 쳐서 먹었으면 참 좋겠다. 그런데 수중에 돈이 있어야지. 배는 고프고. 에라, 외상 말이라도 해보자.’ 생각하고 주인 여자에게 다가가서 말하였습니다.
“여보시오, 주인댁한테 내가 이야기 한마디 하겠소.”
“마, 무슨 말씀이오? 어서 해 보시오.”
“아, 다른 것이 아니라 내가 배가 고파 죽겠으니 그 두부 한 모만 주시려우? 지금 돈은 없으나 외상으로 달아 두면 다음에 꼭 갖다가 갚으리다. 그러니 한 모만 주시오.”
“아니, 돈이 없이 먹겠다는 것이오? 내가 댁을 언제 보았다고 외상으로 준다는 말이오?”
“허 참, 인심 한번 박하네. 우리 집이 여기서 멀지 않소. 저 건너 동네요. 꼭 갖다 드리리다.”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아시오. 나도 비싼 돈 주고 만든 것이라 외상은 못하겠소.”
이렇게 퉁명스럽게 말을 하고서는 우물로 물을 길러 갔습니다. 이 사람이 너무 실망하여서 잠시 가만히 서 있노라니까 뒷마당에서 어미 돼지가 아기 예닐곱 마리를 데리고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어미 돼지가 마치 “여기 맛있는 게 있구나. 이리 오너라. 우리 주려고 만든 두부인가 보다.”하는 듯이 “꿀꿀꿀!” 울었습니다. 그러자 아기돼지들이 일제히 그 두부 자배기 있는 쪽으로 가는 것이 “꿀꿀꿀, 엄마 여기 맛있는 것 있네. 먹어도 돼? 하는 것 같고, 엄마 돼지는 ”꿀꿀꿀, 그럼, 내가 아기를 이렇게 많이 나았으니 주인이 나를 얼마나 대견하게 여기겠느냐? 너희들이 잘 먹고 잘 커야 값이 나가고, 그래야 주인 입이 헤 벌어지겠지. 그러니 안심하고 어서 먹어라. 꿀꿀꿀.“ 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여간 돼지들은 나발대(돼지의 입과 코가 달린 부리)를 쑥 내밀어서 자배기에 들어 있는 두부를 다 먹어 버렸습니다. 돼지가 신나게 먹는 것이 보기도 좋았지만 밉살스런 주인 여자를 골탕 먹이는 것 같아서 고소하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아이구 아이구. 이 돼지 좀 봐. 두부를 다 먹어 버렸네. 이를 어째?”
어느새 물을 길어 온 주인 여자가 허둥지둥 물동이를 내려놓으면서 이 사람을 보고 잔뜩 볼멘소리로 말하였습니다.
“아, 여보시오. 그 좋은 눈 가지고 뭘 하느라 돼지가 두부를 먹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었소? 좀 쫓아내지.”
그러자 이 사람도 역시 퉁명스럽게 “아, 돼지가 맞돈 내고 먹는 줄 알았지, 누가 외상으로 먹는 줄 알았소?”하고 당장에 되받아 말하더랍니다.


                                구렁덩덩 신선비


옛날 하고도 아주 먼 옛날에, 어떤 아주머니가 아들을 낳았는데, 글쎄 사람을 안 낳고
구렁이를 낳았더래. 이 징그러운 걸 방에서 키울 수도 없고 해서, 부엌 구석에다 삼
태를 씌워 놓고 키우는데, 이 구렁이가 또아리를 틀고 점잖게 있다가 때가 되면 스르
르 기어나와서 밥을 먹고 또 들어가고 이렇게 살았어.
  그런데, 그 옆집에는 딸 삼형제가 살았거든.  이 세 딸들이 하루는 구렁이 구경한다
고 이 집에 놀러 왔더래.  맨처음 첫째딸이 구렁이를 보고서는,
  "아유, 징그러워."
하면서 막대기로 구렁이 왼쪽 눈을 쿡쿡 찔렀어.  그 다음 둘째딸이 보고는,
  "아유, 더러워."
하면서 막대기로 구렁이 오른쪽 눈을 쿡쿡 찔렀어.  그러니까 구렁이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흐를 게 아니야?  셋째딸이 그걸 보고는,
  "어머나, 구렁덩덩 신선비님, 불쌍하기도 해라."
하고 옷고름으로 구렁이 눈물을 닦아 줬대.
그 일이 있은 뒤에 구렁이가 자기 어머니 보고,
  "어머나, 저를 옆집에 사는 셋째딸에게 장가들게 해 주세요."
하고 조르는 거야.  어머니가 그 말을 듣고 기겁을 하지.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네 꼴이 어떤지나 알고 하는 소리냐?"
그래도 구렁이는 자꾸 졸라대.
  "가서 말이라도 한번 해 보세요."
  "글세, 안 된대도 그러니?"
  "정 안 된다고 하시면 저 아궁이에 들어가서 다시는 안 나올 거에요."
이렇게 부득부득 졸라대니, 어먼l가 하는 수 없이 옆집에 찾아갔대.  가서 구렁이 아
들이 이 집 딸에게 장가들고 싶다고 하니 어쩌면 좋으냐고 물었어.  옆집 처녀 어머니
는 펄쩍 뛰면서 안 된다고 하지.  안 그렇겠어?  누가 구렁이한테 예쁜 딸을 시집보내
려고 하겠느냐 말이야.  
그래도 딸한테 물어나 보자고 첫째딸을 불러서 구렁이에게 시집 가겠느냐고 하니까,
  "아유, 누가 그 징그러운 구렁이한테 시집간대요?"
하고 펄쩍 뛰어.  둘째딸을 불러서 물어 보니까,
  "아유, 누가 그 더러운 구렁이한테 시집간대요?"
하고 또 펄쩍 뛰어.  이번에는 셋째딸을 불러서 물어 보니까,
  "구렁덩덩 신선비님이 좋다면 가겠어요."
이러지 않겠어.  어머니가 아무리 말려도 막무가내니 어쩌겠어?  그래서 이제 혼인을
하게 됐단다.  그래서 구렁이가 사모관대 쓰고 장가를 갔는데, 장가가는 날 이 구렁이
가 글쎄 허물을 쓱 벗더니 사람 모습으로 변하지 않겠어?  아주 인물도 훤하고 멋진
새신랑이 되었단 말이야.  그러더니, 자기가 벗은 허물을 색시에게 주면서,
  "이것을 잘 간수해 주시오.  만약 이게 없어지면 나도 없어져야 되오."
하고 신신당부를 하거든.  색시는 그 허물을 고이고이 주머니에 넣어서 옷고름에 차고
다녔어.  그런데, 하루는 언니들이 와서 구렁이 허물 좀 보자고 보채네.  안된다고
해도 억지로 빼앗아서 보더니, 그만 심술이 났는지,
  "에이, 징그럽고 더러워.  이런 걸 뭐하러 차고 다녀?"
하면서 그만 활활 타는 화로 속에 던져 넣어 버렸지 뭐야.  허물이 홀랑 타 버렸지.
  그러자, 구렁덩덩 신선비는 어디론가 가 버리고 다시 오지 않아.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지, 뭐.  자, 이제 색시가 구렁덩덩 신선비를 찾아 집을 나섰어.  정처 없이 자꾸
가다가 보니, 웬 노인이 산에서 괭이질을 하면서 밭을 일구고 있더래.
  "할아버지, 할아버지. 새파란 저고리에 하얀 바지 입은 구렁덩덩 신선비님 이리로
가는 거 못 보셨어요?" 하니까,
  "이 산밭을 다 일궈 주면 가르쳐 주지." 하더래.  그래서 그 큰 산밭을 다 일궈 줬
어.  그랬더니,  "요 산 너머 큰 바위 지나 좁디좁은 길로 갔지."
하고 가르쳐 줘. 그래서 그 길로 또 하염없이 가다 보니, 까치들이 나무에다 집을 짓
느라고 분주하게 날아다녀.
  "까치야, 까치야.  새파란 저고리에 하얀 바지 입은 구렁덩덩 신선비님 못 봤니?"
하니까,
까치가 하는 말이,
  "집 지을 삭정이 한 아름 따다 주면 가르쳐 주지."  하거든.  색시는 까치가 집 짓
기 좋게 삭정이를 한 아름 따다 줬어.  그러니까,
  "저기 고개 너머 가시덤불 지나 개울물 따라갔지."  하고 가르쳐 줘.  까치가 가르
쳐 준 길로 한참 가다 보니, 웬 할머니가 개울가에 빨래를 산더미만큼 쌓아 놓고 방망
이로 두드려 빨고 있거든.  
  "할머니, 할머니.  새파란 저고리에 하얀 바지 입은 구렁덩덩 신선비님 이리로 가는
거 못 보셨어요?"  하고 물으니까, 할머니가 하는 말이,
  "검은 빨래 희게 하고, 흰 빨래 검게 해 주면 가르쳐 주지."  
이런 단 말이야.  그래서 그 많은 빨래를 검은 것은 희게 하고, 흰 것은 검게 하고 다
빨아 주니까, 할머니가 주발 뚜껑 하나하고 젓가락 하나를 주면서,
  "이 주발 뚜껑을 타고 이 젓가락으로 노를 저어 저기 샘물 따라 저기 샘물 따라 들
어가면 큰 기와집이 나올 텐데, 거기서 동냥을 하면 밥을 줄 거야.  밥을 주거든 받지
말고 그릇을 떨어뜨려서 밥알을 하나하나 줍다가 날이 저물면 그 집에서 묵어 가렴."
하고 가르쳐 주거든.  그래서 주발 뚜껑 타고 젓가락으로 노를 저어 샘물을 따라 들어
갔어.  한참 들어가니 정말 큰 기와집이 보이거든.  거기에 가서 동냥을 했어.  그러
니까 웬 여자가 나와서 밥을 주는데, 일부러 밥그릇을 땅에 떨어뜨려 놓고는 밥알을
하나하나 주워 담았어.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그러다 보니 날이 저물었어.  그래서
하룻밤 묵고 가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어.  날이 저물어 어두우니 어떻게 해?  재워
줘야지.  그래서 밤에 그 집에서 묵는데, 달이 휘영청 밝아서 달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까 어디서,
  "고향에 있는 내 색시도 저 달 보고 있을까."
하고 노랫소리가 들려.  가만히 들어 보니 구렁덩덩 신선비, 자기 남편 목소리야.  얼
마나 반가운지,
  "구렁덩덩 신선비님도 저 달 보고 있을까."
하고 따라서 노래를 불렀어.  그러니 구렁덩덩 신선비도 자기 색시가 온 줄 알고, 서
로 달려가서 만났지.  참 반갑게 만났는데, 이거 큰일났네.  구렁덩덩 신선비가 거기
서 벌써 다른 색시를 얻어 가지고 있지 뭐야.  그래서 내기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구
렁덩덩 신선비와 함께 살기로 했어.  무슨 내기를 했느냐 하면, 첫 번째로 참새 떼 올
라앉은 나뭇가지 꺾어 오기, 두 번째는 얼음 위를 나막신 신고 물동이 이고 물 한 방
울 안 흘리고 걸어오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랑이 눈썹 한 줌 뽑아 오기 내기를 했어
.
  이 색시가 얼마나 고이고이 나뭇가지를 꺾어 오는지, 참새 떼가 앉아 있어도 몰라.
참새 앉은 채로 나뭇가지를 꺾어 와서 첫 번째 내기에 이겼거든.  이번에는 얼음판
위에 나막신 신고 물동이 이고 오긴데, 이 색시가 어찌나 사뿐사뿐 잘 걷는지 물 한
방울도 안 흘려.  그래서 두 번째 내기에도 이겼겠다.
  그런데, 마지막 내기가 이게 문제야.  호랑이 눈썹을 어디 가서 어떻게 뽑아 와.  
그저 또 정처 없이 산 속을 헤매다 보니, 깊은 산 속에 오막살이가 한 채 있는데, 거
기서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베를 짜고 있거든.  색시가 사정 이야기를 다 하고 좀 도
와 달라니까, 이 할머니가,  
  "그것 참 딱하게 되었네.  그럼 이리 와서 베틀 뒤에 숨어 있어 봐. 무슨 소리가 나
도 내다보지 말고."
하면서 베틀 뒤에 숨겨 주거든.  한참 있으니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집채만
한 호랑이가 쿵 하고 들어와.  그리고는 코를 킁킁 대더니,
  "어머니, 방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데.  사람 냄새가 나는데."
이러면서 사방 돌아다녀.  그 할머니가 호랑이 할머닌가봐.  호랑이 할머니가,
  "내가 늙어서 냄새가 나나 보다.  그런데 네 눈썹에 그게 뭐냐?  진디가 붙었나?"
하면서 아들 호랑이 눈썹을 잡고 한 줌을 썩 뽑더니,
  "가서 사냥이나 더 해 오너라."
하고 아들을 내보내는 거야.  아들 호랑이가 나간 뒤에 이 할머니가 호랑이 눈썹을 한
줌 주면서 어서 가 보라고 해.
  "할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고 돌아와 보니, 다른 색시는 어디서 돼지 눈썹을 한 줌 뽑아 왔더래.
그래서, 세 번 다 내기에 이겨서 구렁덩덩 신선비랑 오래오래 잘 살았대.  아직까지
살고 있다지 아마..


노나 할머니

이탈리아의 옛 이야기

이탈리아의 어떤 마을에 '스트레가 노나' 라는 할머니가 살고 있었어요. '스트레스 노나'는 '마귀 할머니' 라는 뜻이지요. 마을 사람들은 할머니에 대해서 수군거리면서도 무슨 일만 생기면 할머니를 찾아갔습니다. 성당의 신부님과 수녀원의 수녀님들까지도 할머니를 찾아갔답니다. 노나 할머니는 진짜 마술을 부렸기 때문이지요.
할머니는 기름과 물, 그리고 머리핀으로 두통을 고쳐 주었고, 신랑감을 찾는 아가씨에게는 특별한 약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람들의 몸에 난 사마귀도 감쪽같이 없애 주었습니다.

할머니는 점점 나이가 들어 집안일을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집과 정원을 돌보아 줄 사람이 필요했지요. 그래서 마을 광장의 게시판에 사람을 찾는 광고를 냈습니다.
호기심에 키다리 안토니가 할머니를 만나러 왔습니다. 할머니는 안토니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토니, 네가 할 일을 말해 주마. 우선 집안을 구석구석 깨끗이 쓸고 그릇을 닦아야 해. 정원의 잡초를 뽑고 나면, 채소도 먹을 만큼 뽑아 와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양에게 먹이를 주고, 젖을 짜 온 다음 물을 길어 오면 돼. 일을 다 하면 너에게 동전 3개와 잠잘 곳과 먹을 것을 주마."
"오, 정말 감사합니다."
키다리 안토니는 머리 숙여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네가 해서는 안될 게 있다. 파스타 냄비는 절대로 건드리지 마라. 아주 귀중한 것이라 나 말고는 아무도 만져서는 안 돼,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여러 날이 흘렀습니다. 키다리 안토니는 맡은 일을 하였고, 할머니는 머리가 아파서 오는 사람, 신랑감을 찾으러 오는 사람, 사마귀를 떼려고 오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안토니는 양우리 옆에 있는 푹신한 침대에서 잠을 잤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이었습니다. 키다리 안토니가 양 젖을 짜고 있는데 할머니의 노랫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살짝 창문으로 엿보니 파스타 냄비 앞에 할머니가 서 있지 않겠어요!

                  부글부글 파스타 냄비야,
                맛있고 따끈따끈한 파스타를 끓여 다오.
                저녁시간 식사 시간이 다가오니 배가 고파라.
                내 배를 채울 만큼 파스타야 끓어라.

그러자 부글부글 소리와 함께 냄비 안에서 무엇인가 끓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냄비 안이 파스타 국수로 가득 차 올랐습니다.
할머니는 계속 노래를 불렀습니다.

                충분해, 충분해, 파스타 냄비야.
                맛있고 따끈따끈한 파스타 국수로구나.
                이제 그만 끓어라, 내 냄비야.
                내 배가 다시 고파질 때까지.


"와, 대단하다. 저 냄비는 요술 냄비가 틀림없어!"
키다리 안토니는 감탄하였습니다.
그 때 마침 할머니가 저녁을 먹기 위해 키다리 안토니를 불렀습니다.
그 바람에 할머니가 파스타 냄비에 세 번 입맞춤하는 것을 보지 못했답니다. 그래서 일이 생기게 되지요.

다음날 안토니는 물을 길러 마을의 광장으로 나갔습니다. 사람들에게 파스타 냄비 이야기를 하였지요. 하지만 모두들 그런 바보 같은 얘기가 어디 있느냐고 비웃기만 했습니다.
"세상에 저 혼자 끓는 냄비가 어디 있나? 거짓말을 했으니 수도원에 가서 신부님께 잘못을 빌고 오게."
마을 사람들이 키다리 안토니를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안토니는 화가 났지만 어떻게 해 볼 수도 없었습니다.
"두고 봐, 꼭 보여 주고 말 테니. 파스타 냄비로 요리를 해 줄거야. 그럼 모두들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겠지?"

그런 날이 뜻밖에도 빨리 왔습니다. 이틀 뒤에 노나 할머니가 이렇게 말했거든요.
"안토니, 산 너머에 사는 친구 집에 다녀오마. 집 청소, 정원 손질 잘하고, 양에게 먹이 주는 것, 젖 짜는 것 잊지 마라. 찬장에 빵과 치즈가 있으니 점심 챙겨 먹고, 절대로 파스타 냄비는 건드리면 안 된다!"
"네네, 다녀오세요."
안토니는 마음속으로 '기회가 왔구나!'하고 좋아했지요.
할머니가 집을 나서자마자, 안토니는 안으로 들어가 파스타 냄비를 마루에 꺼내 놓았어요.
"자, 내가 요술 노래를 모두 외우고 있는지 볼까?" 안토니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 했습니다.

                  부글부글 파스타 냄비야,
                  맛있고 따끈따끈한 파스타를 끓여 다오.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니 배가 고파라.
                  내 배를 채울 만큼 파스타야 끓어라.

냄비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더니, 정말 파스타 국수가 하나 가득 채워졌습니다.
"우와!"
안토니는 탄성을 지르며 마을 광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광장 한가운데에 있는 분수대 위에 올라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여러분, 포크와 접시를 가지고 노나 할머니 집으로 오세요. 이 키다리 안토니가 요술 냄비로 파스타를 만들었어요!"
모두들 웃긴 하였지만 포크와 접시를 가지러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할머니 집에 왔을 때, 정말 냄비에 파스타 국수가 가득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키다리 안토니는 영웅이 되었습니다. 안토니는 접시마다 파스타를 듬뿍 듬뿍 담아 주었습니다. 신부님과 수녀님들까지,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왔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두세 번씩 파스타를 가져다 먹었습니다. 그러나 냄비의 파스타 국수는 줄어들지 않았어요. 모두들 배부르게 먹고 나자 안토니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충분해, 충분해, 파스타 냄비야.
               맛있고 따끈따끈한 파스타 국수로구나.
               이제 그만 끊어라, 내 냄비야.
               내 배가 다시 고파질 때까지.

하지만 안토니는 입맞춤을 3번 하지 않았습니다. 밖으로 나가 마을 사람에게 인사를 하느라 바빴지요. 파스타 냄비가 아직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한 수녀님이 놀라 이렇게 외칠 때까지 말이에요.
"오, 안토니! 이것 좀 봐!"
냄비에서 넘친 파스타 국수가 마루를 지나, 문 밖으로 밀려 나오고 있었습니다.
키다리 안토니는 얼른 뛰어 들어가 요술 노래를 다시 불렀지요.
그러나 냄비는 계속 끓어 넘쳤습니다. 안토니는 냄비를 들어 올렸습니다. 그래도 냄비는 계속 끓었습니다. 안토니는 뚜껑을 덮고 냄비 위에 올라앉았어요. 그것도 잠시, 냄비 뚜껑과 함께 안토니는 마루에 나뒹굴고 말았습니다.
"그만!"
안토니는 소리를 쳤습니다. 그러나 파스타는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누군가 안토니를 끌어내지 않았다면, 안토니는 국수 속에 파묻혀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온 집안이 파스타 국수로 가득 찼습니다. 국수는 창문과 문을 통해 밖으로 넘쳐 흘러 나갔습니다. 냄비는 여전히 끓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걱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안토니, 뭐하고 있는 거야! 어떻게든 해 봐!"
안토니는 또 요술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세 번의 입맞춤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소용이 없었지요.

이제 마을까지 파스타 국수가 넘쳐 나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국수에 이리저리 도망다니기에 바빴습니다.
"파스타 국수로부터 우리 마을을 보호해야 합니다."
시장이 외쳤습니다.
"침대용 요나 책상, 문짝이 있으면 다 가지고 나오세요! 파스타 국수를 막을 만한 것들은 모두 들고 나오세요!"
그러나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끓고 있는 냄비에서는 계속 국수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구나!"
마을 사람들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신부님과 수녀님들은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파스타가 우리마을을 몽땅 삼키고 말겠어!"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이 때 만약 친구 집에 갔던 노나 할머니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마을은 온통 파스타 국수로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을 거에요. 할머니는 자세히 보지 않아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요술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냄비에 세 번 입을 맞추었습니다. 파스타 냄비가 끓기를 뚝 멈추었습니다. 국수를 더 이상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 정말 고맙습니다, 스트레가 노나 할머니!"
모두들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불쌍한 키다리 안토니에게 몰려 갔습니다.
"저 녀석을 밧줄로 묶어라!"
사람들이 소리쳤습니다.
"잠깐 기다려요!"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벌은 죄에 맞게 주어야 한답니다."
할머니는 옆에 서 있는 아가씨의 포크를 가져다 키다리 안토니에게 주었습니다.
"안토니, 넌 내 요술 냄비의 파스타를 먹고 싶어 했지? 나는 피곤해서 침대에 가 누어야 겠으니, 이 파스타 국수를 모두 먹으렴!"
불쌍한 키다리 안토니는 파스타를 먹기 시작했어요.


호랑이를 잡아먹는 방울
"방울 사시오! 방울 사시오!"
옛날 어느 마을에 주먹만한 방울을 흔들고 다니는 방울 장수가 있었어요.
오늘도 방울 장수는 산을 넘고 들을 지나 마을을 찾아 다녔는데 웬일인지 마을은 안 보이고 깊은 산만 계속 되는 것이었어요.
"허어, 거 이상하다? 이러다가 이내 컴컴해지고 말겠는걸."
방울 장수가 걱정했던 대로 곧 날이 저물어 산 속은 동굴 속처럼 캄캄해지고 말았어요.
"이크, 이거 큰일났네. 무서운 짐승에게 붙잡히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마침 그때 방울 장수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저 쪽에서 불빛이 반짝반짝 하는 것이었어요.
"옳지, 죽으란 법은 없다더니 이제는 살았구나."
방울 장수는 불빛이 보이는 쪽으로 달려갔어요.
"주인장 계십니까?"
숨찬 목소리로 주인을 찾으니, 방문이 빵긋이 열리며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나타났어요.
"거, 이 밤중에 뉘시오?"
"예. 지나가던 나그네올시다. 하룻밤만 자고 가게 해 주십시오."
"어서 들어오시오. 사람을 밖에서 자라고 할 수야 없지 않수?"
방울 장수는 너무 고마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았어요. 친절한 할머니는 저녁밥까지 차려다 주었어요. 그런데 밥상을 들고 나가는 할머니의 치맛자락 사이로 기다란 호랑이의 꼬리가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이크! 이거 큰일났네. 호랑이가 둔갑을 했었구먼. 어떡하면 살 수 있을까?'
궁리하던 방울 장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방울 한 개를 방바닥에 떨어뜨렸어요. 방울 소리를 들은 할머니가 깜짝 놀라,
"아이구, 젊은이 그게 무엇이오?"
"호랑이를 잡아먹는 방울 입죠."
"뭐? 호랑이를 잡 잡아 먹 먹어요?"
할머니는 덜컥 겁이 나서 저만큼 물러나 앉았어요.
그 날 밤, 방울 장수는 한잠도 못 자고 새벽녘에 몰래 빠져 나오려고 하는데, 아 글쎄, 할머니가 커다란 호랑이로 변해 가지고는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며 자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방울 장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방울 한 개를 호랑이 꼬리에 매달았어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아났는지 모를 일이었어요.
잠자던 호랑이가 몸을 움직이자 '딸랑' 하는 소리가 났어요. 이상하게 생각한 호랑이가 다시 한 번 몸을 살짝 움직여 봤어요.
그러자, 이번에는 '딸랑딸랑'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 겁이 난 호랑이는 무조건 막 달리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딸랑 딸랑' 하는 소리도 같이 뛰는 것이었어요.
아무리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도 방울이 바싹 붙어 쫓아오는 거예요. 호랑이는 헐레벌떡 뛰고 또 뛰어 산을 몇 개나 넘었는지 몰라요. 그런데 어디서 떨어졌는지 이제는 방울 소리가 나지 않았어요.
"아이쿠 혼났다! 꼭 죽는 줄만 알았네."
호랑이는 벌렁 자빠져 숨을 헉헉 거렸어요.
바로 이 때, 토끼 한 마리가 깡총깡총 뛰어 왔어요.
"호랑이 할머니, 호랑이 할머니, 왜 그러세요?
"아휴! 말도 마라, 아 글쎄, 나를 잡아먹으려고 방울이란 놈이 쫓아오지 않겠니?"
자세히 이야기를 듣던 토끼는 막 웃으며,
"호랑이 할머니, 그것은요. 소리만 나는 방울이지 호랑이를 잡아먹는 건 아니예요."
"그런 소리 마라. 무서워 죽을 뻔했다."
"호랑이 할머니, 그럼 저랑 같이 가 보세요."
"싫다, 싫어. 너 혼자 가 봐라."
"그럼 할머니 꼬리하고 제 꼬리를 이렇게 꼭 붙잡아 매고 갑시다, 네?"
토끼 꼬리가 짧은데 어떻게 붙잡아 매느냐구요? 그 때는 토끼 꼬리도 호랑이 꼬리처럼 길었었대요. 그래서 호랑이와 토끼는 꼬리를 척 붙잡아 매고는 호랑이가 왔던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한참 가던 호랑이가 아까 떨어뜨렸던 밟아 버렸어요.
'딸랑 딸랑' 그 소리에 놀란 호랑이는 새빨간 눈을 부릅뜨고 다시 뛰기 시작했어요.
"호랑이 할머니 도망가지 마세요. 괜찮아요. 괜찮다구요."
토끼가 소리쳤지만 놀란 호랑이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나 봐요. 마구 뛰기만 하는 거예요.
"아야. 아야 아파. 내 꼬리가 끊어 질 것만 같아요. 제발 멈추세요."
그래도 계속 뛰기만 하는 거예요.
이번에는 작은 시내가 나왔어요. 호랑이는 시내를 껑충 뛰어 넘었어요.
"아야!"
이 때 토끼 꼬리는 뚝 떨어지고 호랑이 꼬리만 남았어요.
그래서 지금도 토끼 꼬리는 하얀 솜 방울처럼 작은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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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회 이야기 잔치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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