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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의 도서관과 이야기시간
11월 8,9일에 걸쳐 Singapore에서 열린 Asian Congress of Storytellers에 워크샾 리더로 초청받아 다녀오게 되었다. 워크샾이 끝나고 두 군데의 도서관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계획되어 있어서 싱가폴의 어린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시간도 가졌다. 몇몇 도서관을 둘러보며 정말 부럽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작은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국민을 위한 모든 정책을 나라에서 세우고 펴나가고 있는 것이 참 수월하게 느껴졌다. 이런 말이 가능할지는 몰라도 싱가폴은 ‘독재적 민주주의’가 가능한 나라인듯도 하고, 그러한 민주주주의 속에서 국민은 안주하며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매년 11월 중순경에 열리는 Children's Festival의 한 행사로 Asian Congress of Storytellers도 National Library Board에서 주관하는 행사이다.
싱가폴은 아시아의 Melting Pot(용광로)이다. 싱가폴은 아시아의 모든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이다. 그래서 그들은 Multi Culture의 나라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민족이 약 85%, 그리고 말레이시아, 인도 등 아시아 각국의 민족이 모두 모여살기 때문에 아시아의 모든 문화가 특별한 색깔을 가지고 공존하기도 하며, 때로는 섞여서 새로운 특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러한 다문화적인 특징이 싱가폴의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고, 싱가폴도 아시아의 모든 문화를 포함하고 나름대로 아시아의 문화를 지키고 계승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듯 하다.
싱가폴에는 국가도서관과 두 군데의 지역 도서관(Regional Library), 19개관의 동네도서관(Community Library)이 있다. 지역도서관과 동네도서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어린이 봉사도 훌륭했고 이야기실이 따로 있을 정도로 어린이를 위한 시설에 시샘이 날 정도였는데, 문고형의 작은 어린이도서관이 42개관이 있다고 한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도서관정책 모두가 국가가 관리하고 지원하고 있다. 또 재미있는 사실은 동네도서관은 모두 대형쇼핑몰이나 백화점형의 쇼핑센터 안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엄마와 함께 아이들이 도서관을 쉽게 찾아오도록 접근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도서관은 조용한 한 쪽편에 위치하고 있어야 한다는 개념을 깨고, 쉽게 찾아오고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는 도서관이어야 한다는 뜻이 강력하게 작용한 듯 하다. 시장바구니를 든 채로 도서관을 찾을 수도 있고 도서관에 들렀다가 자연스레 시장을 볼 수 있는 일상생활의 일부분이 된 싱가폴의 도서관이었다. 물론 도서관자료의 대출 및 반납은 전도서관이 온라인화 되어 있다.
동네도서관(Community Library)의 이야기실은 30~40명이 함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크기에 양탄자가 깔려 있으며 이야기시간이 있을 때만 공개되는 공간이다. 아시아의 다문화를 경험시키기 위한 Children's Festival의 취지에 맞게, 각 나라에서 참석한 이야기 워크샾의 리더의 대부분이 워크샾이 끝난 후 여러 곳의 도서관에 흩어져 그 나라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한국대표였던 나는 옛날이야기 ‘호랑이와 곶감’과 박완서의 동화 ‘이게 뭔지 알아맞혀 볼래’를 이야기그림극으로 준비해 가지고 가서 들려 주었다. 그리고 아주 간단하게 ‘아리랑’을 가르쳐 주고 왔다.
이야기는 단순히 즐기는 것만은 아니다. 그 이야기를 통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옛날이야기나 그림책을 즐기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문화와 역사를 접할 수 있고, 이러한 이야기는 우리 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을 전달받을 수 있고 또 나중 사람들에게 그 생각을 전할 수도 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어 그 이야기를 즐길 뿐 아니라, 아이들이 자랐을 때 자연스레 다음 세대에 그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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