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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와 겨울나기: 을시년스러움을 달래주는 책
질 바클렘의 ‘찔레꽃 울타리’는 들쥐를 통해 우리 인간의 생활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질 바클렘 여사가 8년간이나 들과 들쥐들의 행태를 관찰하고 나온 작품이라고 한다. 들쥐들의 집을 묘사해 놓은 섬세한 그림, 마음의 움직임을 잔잔한 감동으로 자아내는 표현은 이 그림책을 읽는 우리로 하여금 따뜻한 마음과 미소를 짓게 한다. ‘가을이야기’나 ‘높은 산의 모험’은 겨울나기 준비를 하는 이야기이다.
‘바빠요 바빠!’에서는 마루가 사는 산골마을의 바쁜 가을을 만날 수 있다. 할아버지는 옥수수를 말리느라 할머니는 참깨를 터느라고 바쁘고, 할머니가 고추를 말릴 때면 마루는 닭을 쫒느라고 바쁘다. 참새는 낱알을 쪼아먹느라고 또 허수아비는 참새를 쫒느라고 바쁘다. 밤을 줍는 마루와 밤을 나르는 청설모, 콩을 터는 식구와 콩알을 훔쳐가는 생쥐, 모두가 바쁘다. 마을사람들은 벼베기에 마루는 벼나르기에 바쁘고, 곶감만드는 엄마와 할머니 또 나무밑에서 홍시를 쪼는 까치까지도 바쁘다. 감나무에 부엉이가 내려 앉을 무렵, 할머니는 또르륵또르륵 콩을 고르고 마루는 새근새근 자느라고 바쁘다지만, 모든 일을 끝내고 한숨돌리는 평안함을 거기서 느낄 수 있다. 산골마을의 가을풍경을 그림 그리듯이 풀어감이, 그리고 산골마을의 가을이 어우러지는 삽화가 정겹다. 멍석 가득 널어놓은 고추에선 매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밤늦도록 콩을 고르는 할머니 옆의 가득담긴 가을걷이자루에 파묻혀 새근새근 잠든 마루가 평화롭다.
갑자기 등이 가려워진 ‘황소아저씨’는 긴 꼬리로 세차게 등을 후려쳤다. 그 바람에 황소등을 타고 건너편 구유로 먹을 것을 구하러 가던 생쥐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다. 다행히 바닥에 보리짚이 깔려있어 다치지는 않았지만 생쥐는 얼떨떨하고 겁이 난다. 착한 황소덕분에 구유의 음식찌꺼기를 동생들에게 가져다 주고 오히려 추운 겨울을 황소와 더불어 따뜻하게 지냈다는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더불어 사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추녀 밑의 고드름을 녹여서 세수했지만 왼쪽 볼에 아직도 코딱지가 붙어 있다던가, 구유는 황소아저씨의 밥그릇이니까 똥을 누어도 오줌을 누어도 코딱지를 묻혀도 안된다는 즐거운 말꺼리를 제공한다. 또 새앙쥐는 “쪼르르” 황소아저씨의 등을 타고, “볼볼” 기어다닐 수 있게 되고, 황소아저씨는 생쥐들이 귀여워 두 눈이 “오묵오묵” 커졌다는 이미지를 그리게 하는 표현은 우리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한다.
가을걷이와 겨울나기 준비에 대한 책, 어린이소설 중에 일부분이라도 가을풍정이 묘사된 책, 무언가 푸근하고 여유롭고 따스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책들을 읽으며 닥아오는 을시년스러운 겨울을 견디어 보아야겠다.
1. 헨리헤타의 첫겨울, 롭 루이스. 비룡소.
2. 나는 잠만 잤는 걸, 심조원. 보리.
3. 찔레꽃 울타리, 질 바클렘. 마루벌.
4. 높은 산의 모험, 질 바클렘. 마루벌.
5. 아기곰의 가을 나들이, 데지마 게이자부로. 보림.
6. 베어, 존 쇤헤르. 시공주니어.
7. 초가집 참새둥지, 정근. 보림.
8. 황소아저씨, 권정생/ 정승각. 길벗어린이.
9. 고구마는 맛있어, 양상용. 보리.
10. 바빠요 바빠, 윤구병. 보리.
11.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 심스 태백. 베틀북.
12. 뜨개질 할머니, 우리 오를레브. 문학동네.
13. 내년에 꼭 다시 올께, 김용택. 미세기.
14. 가을을 만났어요, 이미애. 보림.
15. 보리타작 하는 날, 윤기현. 사계절.
16. 시골 밥 서울 밥, 남인숙. 꿈소담이.
17. 탈을 쓰는 아이들, 김상삼. 두산동아.
18. 들꽃아이, 김은재. 동아출판사.
19. 떠돌이 시인의 나라, 이가을. 국민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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