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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박힌 독후감상문
일반적으로 독후감상문은 대강의 줄거리를 쓰고 느낌을 쓴다든지, 책을 읽은 동기를 설명하면서 줄거리나 자기의 생각을 쓰기도 한다. 또는 감동적인 부분의 구절부터 발췌하여 쓰기도 하고, 결론이나 느낌을 먼저 쓴 다음 이어서 자세한 내용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독후감상문 쓰기를 지도 할 때 형식이나 틀을 가르쳐서, 생각을 틀 속에 가두는 독후감상문이 되지 않도록 상당한 주의를 기우려야 할 것이다.
독서주간이나 도서관주관이 되면 많은 도서관에서 독후감상문쓰기 대회를 하게 된다. 가끔 독후감상문 심사를 부탁받을 때가 있는데 심사를 할 때마다 답답하고 난감할 때가 많다. 대상, 우수상, 장려상 등 수상작품수는 결정이 되어 있는데 서너편의 작품을 고르고 나면 나머지는 천편일률적이어서 어떤 것을 골라내어야 할지 무척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의 명예(?)를 걸고 독후감상문대회에 출전시키기 위해 소정의 훈련을 받고 온듯한 작품들은 더욱 선택하기가 어렵다. 거의 모두가 틀에 박힌 글을 쓰기 때문이다. 대개 읽은 동기를 쓰고 줄거리를 쓰고 느낌을 쓴 독후감상문이다. 그래서 심사기준으로 삼고 있는, 창의력이 있고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잘 표현한 글을 찾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독후감상문에 그 책을 읽게 된 동기가 꼭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며, 꼭 줄거리를 써야만 독후감상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쓸만한 동기없이도 책을 읽을 수 있고, 책을 읽은 후에 전개되는 생각이 봇물 터지듯 많거나 자신의 생활과 비교하여 쓸 이야기가 많다면 줄거리는 구태여 쓰지 않아도 된다. 남들이 다 쓰는 흔한 틀 속에 자기의 생각을 담기보다는 독창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그 글을 읽는 사람에게 그 생각이 전달되는 글이라야 한다.
7,8년전의 일이다. 우리 연구회의 회원선생님 한 분이 독후감지도를 하는데, 한 어린이가 책을 읽게 된 동기를 이렇게 적었다.
“아빠의 서재를 청소하다가 먼지가 쌓여있는 오래된 책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먼지를 털고 읽다보니 재미있는 것 같아 읽게 되었다.”
이 말은 아빠의 서재에서 발견한, 아빠가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읽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참 좋은 동기라고 생각되어 칭찬을 많이 해 주었는데, 두 번 째 독후감상문도 세 번 째 감상문도 동기가 똑 같았다. 그래서 이 선생님은 더 이상 칭찬을 해 줄 수가 없었노라고 말했다.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동기라고 해서 모든 작품에 거짓말로 써 넣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런데 그 후 3년쯤 지났을 때였다. 대전의 모 대학의 사회교육원에서 독서교육 강의를 하는 중에 틀에 박힌 독후감상문의 예를 들면서, 꼭 동기를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며 아빠의 서재 운운 하는 이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 수강생이 말했다.
“어머나! 우리 애가 그렇게 썼어요. 글쓰기 학원에 보냈는데 독후감상문을 쓴 것을 보니까 책을 읽게 된 동기를 지금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과 똑같이 썼더라구요. 그런데 우리 집에는 아빠의 서재도 없을 뿐 만 아니라, 아빠가 어렸을 때 읽던 책도 없거든요? 가슴이 철렁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아빠의 서재에서 먼지가 쌓여있는 책에 호기심을 느끼고 읽게 되었다는 동기가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는데 3년이 걸린 셈이다. 짐작하건데 학원에서 글쓰기지도를 하는 선생님이 ‘독후감상문의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이런 것을 쓰면 된다’고 예문을 들어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예문을 들어 준 것이 아이들에게는 읽게된 동기가 곧 “아빠의 서재를 청소하다가....,,‘로 인식된 것이나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 대학입시에서도 대부분의 입시생들이 똑같은 예화를 들어 논술을 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자기의 글이 아닌 남의 글을 반복적으로 외워서 쓴 것이었다.
아이들 모두가 똑같은 생각, 천편일률적인 생각을 가지도록 교육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생각을 틀 속에 가두는 모든 교육은 더 이상 교육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생각을 가두는 교육이 너무나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다. 창의력을 기르고 독창적인 사고를 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어른의 생각을 강요하지도 말며 아이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어른이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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