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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작은 철학
어릴 때의 기억은 오래간다. 특히 인상깊었던 사건이나 경험, 무의식 중에 체득되어진 삶의 철학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인격을 형성한다. 훌륭한 인격이나 좋은 성품이 하루아침에 형성되지도 않으며, 쉽게 고쳐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정말 괜찮은 인격을 가진 한 사람의 인간으로 자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 어른들이 무엇을 보여주고 가르쳐야 할지 두려움마져 들 때가 있다. 교육이라는 것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방법만 가지고는 할 수가 없고, 지식을 쌓기 위해 학습시키는 것만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가, 우리 어른들이 바르고 성실하게 사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면 교육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른들의 삶의 모습이 주위의 환경을 옳고 바르게 돌아가도록 하여 그 옳고 바른 것만 보고 자란다면, 아이들은 보고 들은대로 옳고 바른 생활을 몸으로 배우며 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가정은 가정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국가는 국가대로, 부모 교육자 정치가 등등, 모든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옳은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함부로 행동하고 옳지 못한 행동을 하면서 아이들에게는 옳고 바르게 자라라고 한다면 설득력이 있겠는가? 아이들이 그런 어른의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혼란만 줄 것이 틀림없다. 반복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정직해야 하며 옳고 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
추석명절을 맞아 고향을 다니러 가는 자동차행렬은 그 자동차를 타고 고향을 찾아가는 가족뿐 아니라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우리들까지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런데 온가족이 함께 고향을 오가는 길에,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그리고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몰래 쓰레기를 버려 고속도로변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는 뉴스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행 중에 생긴 쓰레기를 집으로 되가져 오기가 안 되는 것은 물론, 폐타이어, 찌그러진 자동차 범퍼, 심지어 밥상까지 작정을 하고 버린 쓰레기들이 우리를 어이없게 만든다. 이렇게 큰 쓰레기가 버려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분리수거도 안된, 크고 작은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부모를 보고 그 자녀는 무엇을 배울까? 옳지 않은 행동을 어떻게 정당화시키고 아이들에게 설명할 것인가? 이번 한 번이니까,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안 될 말이다. 궁여지책으로 ‘나는 비록 할 수 없이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지만 너희들은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라’ 하고 말하고는 아이들에게 교육시켰다고 변명할 수 있을까? 일생을 사는동안 ‘할 수 없는’ 경우를 얼마나 자주 만나게 될텐데, 이것도 안 될 말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하교길에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사먹으며 그 껍데기를 까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냥 길에 버리고, 껌종이를 벗기면 그 껌종이는 자연스럽게 스르르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와 땅으로 떨어진다. 또 씹던 껌은 아무데나 생각없이 뱉어버린다. 그리고도 자신들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아무런 감각이 없다. 그러나 만약에 ‘환경미화를 위해 쓰레기를 버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시험문제라도 풀어야 한다면
1)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지 말 것
2) 반드시 분리수거 할 것
3) 규정된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릴 것
하고는 줄줄 외우며 모두 만점을 받을 아이들이다. 그런 하찮은 일에 왜 신경을 곤두세우느냐고 타박하려고 하는가? 아이를 보면 그들의 부모가 훤히 보인다.
민혁이와 진아는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이다. 진아는 유학생이었던 부모를 따라 미국에서 몇 년을 생활하고 돌아왔다. 엄마도 아빠와 함께 공부를 했기 때문에 진아네 아빠는 빨래하는 일이며 밥하는 일을 엄마보다도 더 많이 하곤 했다. 그래서 진아는 밥하기와 빨래는아빠의 몫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날, 민혁이와 진아가 소꿉장난을 하게 되었다.
민혁이가 말했다.
“내가 남자니까 아빠할께. 진아 너는 엄마다~”
“그래.”
그리고 진아는 정정당당하게 큰 소리로 말했다.
“민혁아, 너 아빠니까 빨리 밥하고 빨래해야지!”
“??? 너가 엄마니까 밥하고 빨래하는 거야.”
“아냐, 아빠가 하는 거야! 무슨 아빠가 밥도 안하고 빨래도 안하냐? 나 소꿉놀이 안 할테야!”
그래서 민혁이와 진아는 다툼끝에 이혼(?)하고 말았다.
아이들은 부모를 그대로 흉내내는 거울이다.
언젠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내 앞에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역시 신호를 기다리느라 멈췄다. 그 승용차의 뒷좌석 창문이 스스르 열리더니 나이도 지긋하신 점잖은 신사양반이 창밖으로 담배공초를 버리지 않는가? 당장 엎디어 담배공초를 줍고 싶었지만 점잖은 분의 체면을 위해 그렇게는 못하고, 약간은 무안해 하는 그 점잖은 양반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한참을 쳐다보아 준 적이 있다. 운전하는 많은 남자분들! 자동차문을 닫고 있다가도 담배공초를 버릴 때가 되면 무의식 중에 창문을 열고 그대로 밖으로 던져버리는 모습을 제발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까짓 것쯤으로 치부해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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