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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와 멀어져가는 아이들
텔레비전이 등장하여 오랫동안 모든 매스컴의 왕좌를 차지하더니 이제는 컴퓨터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 사회를 빠르게 발전시키고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하는 컴퓨터는, 온 세계를 순식간에 내 옆에 가져다 놓기도 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빠질만한 재미도 우리에게 준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문명의 이기(利器)가 때로는 우리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인간을 만들기도 하는 것을 보면, 인간이 만들어 낸 이 세상의 모든 물건은 절대적으로 완벽한 것이 없는 듯하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중독 상태에 이르면 우리의 몸을 해치고, 비록 독약이라도 우리 몸을 살릴 수 있는 유용한 약으로도 쓰인다. 좀 무리한 비유 같지만 컴퓨터가 만약 좋은 약이라면 중독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고, 만약 독성이 들어있는 약이라면 비상을 사용하듯 필요한 분량만 사용하여 효능을 배가시켜야 할 것 같다.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하지 말아야 하고, 그래서 급히 서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지 말아야 한다. 생각하며 인내하며 뒤돌아 볼 줄도 아는 삶이, 또 그렇게 하나하나 인생의 과제(학교에서 주는 과제라도 좋다)를 성취해 가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안겨주는지 느껴야 하겠다. 요즈음의 아이들이 책이나 활자로부터 멀어져 가는 것이, 텔레비전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컴퓨터 속에서 얻어지는 신속한 정보만을 너무 추구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탓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이다.
활자(또는 그림)가 인쇄되어 있는 종이책은 앞으로 없어져서도 안 되고 없어질 수도 없는 존재이다. 종이의 질감을 손으로 만지면서 그 촉감으로 대자연을 느끼며 깨닫게 되고, 인쇄된 활자(또는 그림)를 읽으며 작가나 책 속의 또다른 어떤 사람과 대화하면서 사고력과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요소를 책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활자가 인쇄된 종이책을 가까이 하는 것은 인간성의 회복을 의미하기도 한다. 종이를 통해 자연을 깨닫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회성을 기르면서 감성을 깨우쳐 주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책이라고는 전혀 읽지 않았다던 대학생 아들을 둔 한 아버지의 걱정을 들은 적이 있다. 몸이 약한 탓에 커주는 것만도 고마워 전혀 책을 가까이 해 주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가까스로 대학생이 되고 보니 상식도 지식도 너무나 부족하다며 지금이라도 아들이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아들은 책읽는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아 독서의 재미를 느낄 수도 없고, 책을 멀리하고 책장은 펼쳐보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독서습관은 도깨비 방망이처럼 하루아침에 뚝딱 들여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처방은 아무리 대학생이라도 그림책으로부터 독서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요즈음에는 좋은 책이 많이 출판되어 철학적사유를 하면서 읽을 수 있는 그림책도 있고, 그림책으로 출판된 우리나라의 단편소설도 꽤 여러권이 있다.
독서의 즐거움을 모르는 대학생에게 부담없이 책의 즐거움, 독서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책을 선정하려면 세심한 배려와 노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독서의 즐거움을 배우도록 하기 위해 대학생이 그림책을 읽게 하는 방법으로, 어린 조카나 동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거리를 주는 것도 좋다. 어린이에게는 자연스런 독서지도가 될 수 있고, 대학생에게는 더 열심히 책을 읽을 기회를 주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는 독서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종이책의 우수성이 간과되지 않도록, 아이들이 종이책과 활자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책의 즐거움을 어렸을 때부터 깨닫고 좋은 독서습관을 들여주기 위해, 텔레비전이나 컴퓨터가 단지 이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기를 바란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의 장점이 오히려 우리에게 독이 되지 않고, 우리의 모든 생활과 교육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도구로 쓰일 수 있도록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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