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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 | 루스 브라운 | 베틀북
-루스 브라운 글,그림/이상희 옮김/베틀북/2003. 5.20/7,500원
-그림책
-현실적, 심리적
아이들마다 자라면서 어릴 적부터 사용하던 물건에 애착을 갖고 어디를 가던 그것을 지니고 다닌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인형이나 담요, 수건 등등. 오랜 시간 묻어온 체취와 촉감에서 푸근함과 안도감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때가 되면 마음의 키가 자라 그 물건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때가 있게 된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신기한 성장의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울보 동생 꼬맹이에게는 ‘바바’라는 털실로 짠 담요가 있다. 꼬맹이 동생은 낡은 담요 없이는 꼼짝도 하지 않고 담요에게 말도 하고 기분이 나쁘면 ‘바바’를 찾으며 울곤 한다. 어느 날 산책을 나가려는데 엄마가 이 동생도 데려가라고 하신다. 꼬맹이는 울타리를 넘어가거나 소를 보거나 시냇물을 건너거나 가시덤불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담요를 붙들고 울어 댄다. 급기야 숨이 넘어갈 듯 울면서 달려오는 꼬맹이. 동생의 손에는 올이 다 풀려 버린 실만이 남아 있다. 담요가 없이는 꼼짝도 하지 않는 이 울보동생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마지막 장면에서 털실덩어리를 들고 울타리 위에서 환하게 웃음 짓는 동생의 모습에서 벅찬 자신감이 느껴진다. 아이들은 이렇게 한순간 크는 때가 있는 것 같다. 귀찮아하던 동생과 함께 털실덩어리로 공놀이를 하는 언니 오빠들도 동생과 함께 그 순간 성장했을 것이다.
작가가 애착을 갖던 대상을 수건이나 인형으로 하지 않고 털실로 짠 담요로 설정한 것이 무척 마음에 든다. 형태는 변했으나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기에. 다시 짤 수는 있으나 꼬맹이 동생이 또 담요를 짰으리라는 상상은 하지 않게 된다. 이제는 혼자서 품에 안고 울담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형제들과 함께 공놀이를 할 수 있을 만큼 컸기에.
성장의 순간을 잘 포착해 낸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많이 컸는데도 늘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고, 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 자신이 컸다고 느꼈던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 하거나 어릴 적 자신이 좋아했던 물건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가지면 즐거웠던 추억이 떠올라 더욱 행복해질 것 같다.
평가자 :정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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