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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개 | 말라 다얄 엮음 | 창작과비평사
그림자 개
말라 다얄 엮음/아잔따 구하타꾸르따 외 그림/ 이화경 옮김/ 창비/2004.6.10/7,000원
환상적이면서 현실적
인도의 현대동화 11편이 실려 있다.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이야기가 세밀한 삽화와 함께 소개되는데 각 이야기를 통해서 인도의 불평등한 신분제도와 빈부의 격차, 어둡고 암울했던 역사, 다양한 종교와 풍습, 음식 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해 질문조차 하지 않는 친구들과 달리 모이나는 보이는 모든 것에서 궁금함을 느끼며 묻는다. 왜 자기는 부잣집 사람들이 남긴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그 집에도 아이들이 있는데 왜 자기가 가서 염소를 돌봐주어야 하는지, 왜 학교는 자기가 염소치러 가는 시간에 여는지 등등. 그러나 모이나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크면 남이 남긴 것을 얻어먹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맛나게 만들어 먹을 꿈을 갖는다. 열여덟 살에 학교 선생님이 된 모이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게을러선 안 돼 .선생님한테 질문을 해”라고.
이 책에는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비굴해 보이거나 불쌍해 보이지 않는다. 꿈이 있고 바른 마음 있기에 오히려 당당해 보인다.
모이라는 질문을 하며 무엇을 꿈꾸었을까? 러따는 인형결혼식에 한번도 초대받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지만 우연히 주운 신발 한짝으로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환상을 갖는다. 콜레라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도 돌아가신 하미드는 알라신에게로 간 아버지와 어머니가 은돈과 선물을 가지고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는 할머니의 말을 믿으며 오히려 행복해 한다. 개가 갖고 싶어 개를 발명해낸 쁘라샨뜨처럼 아이들은 꿈을 꾸며 현실의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낸다.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 하며 미래를 꿈꾼다. 아이들에게 꿈이 없다면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고, 부모도 없고 학교도 못 다니고 돈이 없어 친구들과 어울릴 수도 없고.
이 책을 읽으며 작고 남루한 옷을 입고 신발도 신지 않았지만 까만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을 직접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재는 힘들지만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미 이 아이들은 지금 그것을 느끼고 행복해 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이야기지만 낯설지 않고 각 주인공의 모습이 생동감있게 그려져 있어 쉽게 읽으면서도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평가자 :정순재(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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