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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입니다 | 이혜란 | 보림
우리 가족입니다
글, 그림: 이혜란/ 보림/ 2005/ 9,800
현실적, 심리적 /유아, 초등 저학년
며칠 전 신문에서 요즘 새로운 가족상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결혼한 자녀들이 아이들을 키우기 힘들어 해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들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맞벌이하는 부모를 대신 해서 직접 아이들을 돌봐준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의 요지는 요즘은 그만큼 아이들을 키우기가 어렵다는 내용이었지만 문제는 그 기사가 나간 후의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자녀들에게 경제적 지원이나 직접 도움을 줄 수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입장은 뭐냐는 것이었다. 세상의 변화에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는 어르신들의 쓸쓸하고 고된 노후를 보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 책에는 한 할머니가 나온다. 젊은 시절엔 무슨 이유에선지 아들을 돌보지 않고 떠나 살다가 나이가 들어 치매가 걸린 상태로 바쁘게 살아가는 아들을 찾아온다. 왜 오셨는지 영문을 알 수 없고 반갑지도 않은 할머니. 할머니는 지저분한 것을 주워오기도 하고 소변도 못 가려 잠자리를 적시기도 하고, 음식도 잘 못 드셔서 상을 따로 봐드려야 한다. 집을 찾지 못해 아무 곳에서나 누워 주무시면 아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자 그것을 지켜보던 딸아이가 아버지에게 말한다.
“아빠, 할머니 다시 가라고 하면 안 돼요?”
“안 돼”
“왜요? 아빠 어릴 때도 따로 살았다면서요.”
“그래도 안 돼. ....엄마니까. 할머니는 아빠 엄마거든.”
“그럼 아빠, 할머니도 우리 엄마처럼 아빠를 사랑했어요?”
“.........”
아버지는 대답을 못하지만 장면이 바뀌면 아이들과 함께 할머니를 목욕시켜 드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제 할머니는 가족사진 옆에 자리하게 되고, 이렇게 이야기가 끝이 나나 싶은데 마지막 장면. 아이가 다부진 표정으로 덩치 큰 아버지를 업으려 한다. 아버지는 웃으며 아이를 위해 한 발을 들어주고 아이가 말한다.
“아빠. 나 또 일 센티 컸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장면이다. 이 말을 하는 아이는 그동안 무엇을 보았을까?
할머니가 오신 후 중국집을 하는 아빠와 엄마는 더욱 바빠진다.
엄마는 배추며 양파며 할 일을 잔뜩 쌓아두고서 대소변을 잘 못 가리는 할머니 때문에 할머니 옷을 손빨래한다. 엄마가 바쁠 때면 아빠가 빨래를 한다. 우동을 못 먹는 할머니를 위해 아빠는 생선살을 발라 할머니 숟가락 위에 올려놓고, 요강 옆에 흘려버린 오줌을 걸레질한다. 아빠가 배달을 나가면 엄마가 옷을 입혀 드린다. 학교 담장 옆에 자고 있는 할머니를 업고 오는 아빠의 모습은 힘겨워 보인다. 그것을 보고 달려 나가는 엄마의 모습도 애처롭다. 그러나 아빠와 엄마는 묵묵히 아무 불평 없이 할머니를 돌봐드린다. 할머니가 아빠를 사랑했느냐는 딸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는 어머니지만, 병에 걸려서야 찾아온 시어머니지만, 부부는 누구에게도 날을 세우지 않고 자신들을 찾아온 어머니를 잘 돌보아드린다. 아이는 그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자기도 얼른 커서 아빠를 업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우리 가족입니다> 라는 제목 밑에 그려진 둥근 밥상이 인상적이다. 왜 밥상을 그렸을까 가족사진 그림이 제목과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좀 더 생각해 보니 웃음이 나왔다. 우리 가족입니다. 우리 식구입니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그림이 사실적이고 표정과 상황을 잘 잡아 그려 한 장면도 놓칠 수가 없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할 수 없는 가족의 의미를 잘 그려냈다. 할머니를 받아들인 부부의 모습이 고되 보이면서도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자식의 참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말로 가르치기보다 본을 보이는 부모로서 자식으로서의 모습이 참 좋다.
(평가자 : 정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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