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호적인 무관심 | 최윤정 | 바람의 아이들
우호적인 무관심, 최윤정 지음. 바람의 아이들, 2012.12
우호적인 무관심?
무관심을 가장한 관심, 남에게 폐가 되지 않는 관심, 상대를 자유롭게 하는 관심,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관심. 어떻게 말하는 것이 이 말을 잘 표현하는 것일까?
어딘가를 여행할 때면 종종 느껴지는 관심. 이 곳 저 곳 자유롭게 여행을 하다가 그 곳 여행지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잠시 들러서 머물게 되었을 때, 너무 지나치게 관심을 받게 되면 오히려 부자유스러울 때가 있다. 이런 경우 가장 반갑고 고마운 것이 ‘우호적인 무관심’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한 권의 책이 우리들의 삶의 여정에서 ‘우호적인 무관심’으로 내게 다가왔다고 말하고 싶다. 지은이의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 고스란히 나의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을 여태껏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 그래’ 하고 머리를 주억이며 ‘내 말이 그 말이야’ 하고 공감하는 것들이다. 내 마음의 소리와 같은 생각들을 밑줄을 그어가며 내 머리 속에 집어넣었다가, 나도 그대로 말해도 되겠다는, 그대로 말하고픈 충동이 빈번히 일어난다.
공감하면서, 소통하면서 읽었음에도 내용은 다 잊어버렸을 만큼 술술 읽어지는 책,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은, 남의 일상생활과 그의 생각의 흐름을 곁눈질해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덧붙여서 지은이가 직접 그린 그림이, 그의 생각을 또 다른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즐거움이 더해진다. 맛깔스런 글 솜씨에 그림솜씨도 수준급이어서 감탄할 정도.
단 한 가지 흠이랄까(?) 불편한 것이 있다면, 책의 무게가 내용과는 걸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이 쉬워서가 아니라 공감도가 높아서 쉽게 읽어내려 갈 수 있는 책인데, 책의 무게는 마치 어떤 학문의 연구서처럼 두꺼워서 쉽게 펴들 수 없게 만든다. 지하철 등과 같이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도록, 손에 붙이기 좋게 분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평가자 | 송영숙
 최윤정의 다른 책 보기
바람의 아이들에서 나온 다른책 보기
인터넷서점에서 찾아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