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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되려고 그러니?(바깥바람6) 최윤정 지음. 바람의아이들. 2012. p.369
-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것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그래서 아이들이 내 손을 필요로 할 때는 내가 어떤 도움을 어떻게 줄까 하고 생각하고, 어떻게 내 아이들을 교육할까 또는 바람직한 교육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를 신경을 쓰면서 아이들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아이들을 어렸을 적부터 부모자식이라기 보다는 친구처럼 느낄 수 있도록 기르기로 작정했고, 부모에게 무슨 이야기든지 자기의 생각을 쭈뼛대지 않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는 어른들의 조언이라는 게 잘 먹혀들어가지 않고, 더군다나 나는 기가 약해서 아이들을 이겨먹을 수가 없었다. 특히 딸의 경우는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면 항상 나는 수세에 몰렸고, 논리적으로 따질 수 없는 많은 인생사를 설명할 수가 없어서 약올라 하며, 설거지를 하면서 울기조차 한 적도 있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니 엄마가 애들 교육을 어떻게 했길래, 아빠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느냐’는 불호령을 듣기도 했다.
  나는 아이들의 행동거지가 내 생각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내가 그 애만 했을 때는 어땠을까 돌이켜 보는 버릇이 생겼고, 그럴 때마다 ‘아, 쟤가 나보다 낫구나’ 라는 결론을 얻은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을 믿고 내버려 두기로 다시 작정했고, 자기들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하기 전에는 개입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일에 손대고 싶었지만 억지로 꾸욱 참을 때가 많았다. 이렇게 아이들은 나에게 자기들에게 지는 방법을 터득하게 만들었다. 항상 마음속으로 ‘쟤가 나보다 낫구나’ 하고 무심한 듯 행동했더니 이젠 정말 무심해졌는지 잔소리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나도 프리렌서로 사회활동을 하느라고 바쁘다는 핑계로, 요리의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번지 없는 반찬으로 엉성한 밥상을 차리긴 했지만, 그리고 초간편요리의 방법으로 만들기는 했지만, 최소한 기본적인 영양소를 고려하여 조리하려고 노력은 했다.
  지금 생각하면 잘도 참았다 하는 생각에 내가 대견하기까지 하다.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고부터는 스트레스가 없어졌는지, 마음 편하게 부모를 대하는 것 같았고 또 엄마 아빠를 믿어주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어른들이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지 우리들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있는 듯 보였다. 그만큼 나도 우리 아이들이 자랑을 해도 좋을 만큼 잘 커 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뭐가 되려고 그러니?』를 읽으면서 어쩌면 이렇게도 저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웠나 하고 공감 99%이다. 정말 아이들이 다 커서 자기 나름대로 삶을 꾸려가고 있으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나 나름대로의 어설픈 원칙으로 자녀교육을 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입시정보에 어둡고 서툴렀던 것이 오히려 아이들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지금도 믿고 싶다. 자주 변하는 입시정책에 반응하는 교육이 아니라, 어떤 입시정책에서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에 상응하는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전천후교육을 해야 한다고 늘상 주장했으며, 오히려 정보에 너무 밝으면 아이들 교육을 망친다고 굳게 믿음으로 변명을 삼았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도 별로 한 적이 없다. 내 잔소리가 씨알도 안 먹히기도 했고 잔소리를 하면 할수록 나만 더 속이 상하니까, 인내를 배우는 계기로 삼았던 것이 오히려 내 인생에 도움이 되었다.
  나는 그저 아이들에게 이런 정도의 주문을 했다. 일등을 하면 그 자리를 유지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이니 불쌍한 일이고, 사람이 완벽하다는 것은 신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니 만점을 받으려고 애쓰지도 말고, 다만 어떤 시험이라도 상위 5%에만 들 수 있도록 하자. 그러나 ‘아는 것인데 실수를 해서 틀렸다’라는 말은 용납을 못한다. 모르는 것은 배우면 알 수 있지만 실수했다는 것은 언제나 또 저지를 소지가 있으니 안 된다고 하면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는 얼핏 보면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서툰 엄마 노릇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어려움을 잘 견디고 자라줘서 고맙고 자랑스럽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부모는 이것도 저것도 다 해 줬는데 너는 왜 그것도 모르니?’가 아니라…….
  분명 서툰 엄마였던 바로 나처럼, 아이들이 공부만 잘 해서 잘 큰 것이 아니라 옳고 그른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남을 배려할 줄도 알고 아주 건전한 상식으로 이 사회에서 잘 적응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고마워하는 나처럼, 아이들이 잘 자라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엿볼 수 있어서, 이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었다.
                                                                       평가자: 송영숙

서울독서교육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