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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섬 78번지 | 우리 오를레브 | 비룡소
- 유혜경 옮김/2002.8.22/8,000원
- 현실적, 심리적/청소년(6학년 이상)
- 요즘 서점은 아동서적으로 넘쳐난다. 일단은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출판되는 서적물을 꼼꼼히 살피다 보면 그저 긍정적인 것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많다. 또한 대상층도 제한적이어서 유아나 저학년층은 비교적 다양하지만 정작 자기 정체성을 생각하게 되는 시기이며 심리적 이유기를 겪는 청소년들이 읽을 책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이 시기에 읽는 한 권의 책이 그 아이의 인생관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엄청난 영향력을 갖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에 비해 참고서나 학습서 코너는 지나치게 비대화되어 있음을 보며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 비룡소에서 출간하는 청소년 문학선 시리즈는 무척 반가운 존재이다. 물론 우리나라 작가가 아닌 외국 작가의 작품 일색이라는 게 조금은 섭섭하지만 말이다.
시리즈 중 다섯 번째로 출간된 <희망의 섬 78번지>는 폴란드 바르샤바 출신으로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나치 치하에서 보낸 우리 오를레브의 생생한 체험이 그대로 녹아 있는 작품이다.
유태인 격리 지역인 게토에 살던 12살 소년 알렉스는 아빠와 함께 강제수용소로 수용되어 가던 중 도망을 쳐 폭격으로 폐허가 된 게토 내 78번지에 숨어 지내게 된다. 이웃집에 살던 그라인 아저씨네도 자기 가족의 생존에만 급급하여 알렉스를 경계하고 어느 날 누가 밀고자로 돌변할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이 어린 소년은 아무데도 의지할 곳 없이 혼자서 외롭고 힘든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알렉스는 '언젠가 반드시 찾으러 오겠다'는 아빠의 말을 유일한 희망으로 여기며 용기를 내 두려움을 뒤로하고 게토를 뒤져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구하며 생존의 방법을 터득해 나간다.
부상당한 유태인 반란군을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의사를 데리고 오고, 폴란드 구역 내의 아름다운 소녀 스타샤와 우정을 쌓기도 하면서 알렉스는 우울하고 어두운 나날을 이겨나간다.
반란군을 돕는 따뜻한 폴란드인 부부로부터 함께 살 것을 권유받지만 아빠와의 재회를 위해 78번지를 떠날 수 없다는 이유로 제의를 거절하는 알렉스는 과연 아빠는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안네의 일기>(안네 프랑크, 문학사상사-무삭제 완전판이 출간됨), 그림책 <곰 인형 오토>(토미 웅게러, 비룡소)와 함께 독일의 파시즘, 홀로코스트 등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것도 좋겠다.
(평가자 : 김주희 ㅣ 사무국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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