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가 난 아서 | 하윈 오람/사토시기타무라 | 어린이학교
『화가 난 아서』는 글과 그림이 서로 유기적으로 잘 결합되어 있다. 글과 그림이 서로 대응하는 관계로 글이 이야기 하는 내용과 그림이 이야기하는 내용이 일치하는 관계로 되어있다.
하윈 오람이 쓴 텍스트를 먼저 살펴보면, ‘아서’는 텔레비전을 그만 보고 잠을 자라는 엄마의 말에 화가 난 것이다. 화가 나서 잠자리에 든 아서는 침대 속에서 상상을 한다. 화가 천둥, 번개, 우박이 되어 방안에 있는 것들을 엎어뜨리고 깨어지게 만든다. 또 화를 내자 굴뚝들, 지붕, 교회의 뾰족탑들이 날아가 버리고, 또 화를 내자 동네 전체를 태풍이 몰아쳐서 바다로 휩쓸고 가버린다.
상상이지만 어린이의 상상 속에서 일어난 일들이 실재인 것으로 어린이 문학에서는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것을 피아제는 유아기적인 사고의 특성으로 말하고 있다. 피아제는 유아기의 두드러진 특징을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미분화라고 보면서 물활론, 인공론, 실재론으로 설명한다. 이중 실재론은 꿈이나 머리속에서 상상한 모든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사고를 말한다. 어린이들은 귀신이 존재한다고 믿거나 그림책 속의 도깨비나 상상의 동물이 현실에서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화가 난 아서』에서도 아서의 상상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실재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모리스 센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나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 같은 그림책에 등장하는 괴물이나 동물, 그러한 상황들도 어린이들의 실재론적 사고를 바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은 현실과 판타지라는 두 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많은 어린이 문학들은 이러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나타낸다. 판타지는 비현실적인 불가사의한 세계이거나 현실이라는 일상에서 시작되지만 동시에 현실을 훨씬 넘어서는 세계이다. 어린이의 세계는 이러한 상념이 끝없이 비약하는 상상의 세계, 판타지의 세계와 본질적으로 일치한다.
『화가 난 아서』의 그림으로 보면, 첫째 면과 둘째 면은 명암으로 대비된다.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가 냉냉하고 어두운 분위기로 급변하는 것을 대조적으로 그려져 있다. 허리를 뒤로 젖히고 앉은 느긋한 자세에서 웅크린 모습으로, 얼굴과 머리카락의 선이 부드러운 선에서 날카로운 선으로, 벌려진 입모습이 꽉 다문 입으로 그려져 있다. 엄마의 발밑에서부터 어둡고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통해서 “안돼”라는 강한 기운이 뻗어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엄마는 온기가 있는 실체가 아니라 차가운 그림자로만 보여진다.
계속 되는 그림들은 지그재그선이 이리저리 막 지나가고 집기들이 깨어지고 엎어진 것을 표현한다. 아서의 마음에 금이 이리저리 간 것을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펼침 쪽에 엄마는 가운데 뒷모습으로 떡 버티고 있다. 프라이팬을 든 손이 허리를 짚고, 또 한 손은 머리를 짚고 있는 엄마의 모습은, ‘골치덩어리 아서 때문에 엄마도 화 났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네 번째 펼침 쪽에서 창문이 날아가고 교회의 뾰쪽탑이 날아가고, 또 광고판 속 담배도 날아가고 있다. 아홉 번째 펼침 쪽에서 화서가 부르르 화를 내는 모습이 여러 겹으로 겹쳐져 그려지고 있다. 고양이도 별들도 떨고 있는 모습이 여러 겹으로 그려진 것이 그림을 보는 독자도 부르르 떨게 만든다. 유머러스하다.
그 다음은 우주 공간 속으로 떠다니는 아서, 세상 모든 것이 우주 속에 부서져 버린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 우주 공간 속에서 창문에 발을 걸치고 있는 아서, 이제 아서는 자신의 본래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는 의미를 이렇게 보여준 것일까?
열세 번째 펼침쪽의 아서는 캄캄한 우주 자신의 방 침대 위에 앉아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 쪽에서는 자신이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잊어버린 채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 깊숙이 파묻쳐 잠든 아서를 그리고 있다. 항상 붙어 다니는 고양이도 함께 잠든 모습으로 난리법석을 치며 세상을 파멸시키던 그 화는 고요한 잠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사토시 기타무라의 그림에서 우리는 장면마다 빙그레 웃음 짓게 만드는 부분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웃음 가운데 우리는 그 화가 풀어져 가는 것도 함께 느끼게 된다. 그림책을 보는 독자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해 나가면서 자신들의 화도 이렇게 사라져가는 것을 느끼리라고 생각한다.
 하윈 오람/사토시기타무라의 다른 책 보기
어린이학교에서 나온 다른책 보기
인터넷서점에서 찾아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