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네 잘못이 아니야 | 고정욱 | 황금두뇌

<네 잘못이 아니야>를 읽고 나서
                   _고정욱 글, 최문수 그림, 황금두뇌

이 책은 정신지체 아동에 대한 이해증진을 위한 그림책이란 부제가 말해주듯,  주인공인 강혁이를 통해 장애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쓰여졌다. 그 동안 <안내견 탄실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약속> 등 장애를 가진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써온 작가는, 장애로 인해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냐“ 라고 말하며 그들을 감싸안는다.
초등학교 1학년 2반에 말도 잘 못하고 똑바로 걷지도 못하는 이 강혁이란 아이가 왔다. 강혁이는 공부하다 갑자기 뛰쳐나가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운동장에서 놀다가 발작을 일으켜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하기도 한다. 또 강혁이는 혼자서는 집을 찾을 수 없어 친구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재잘거리며 돌아갈 때도 교문 앞에서 엄마를 기다려야 한다. 아이들은 그런 강혁이를 무서워하고 놀리거나 무시한다.
보통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들과 다른 강혁이의 낯선 모습에 무섭기도 했을 것 같고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을 것 같다. 짖궂은 아이들은 놀릴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담임선생님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머리가 다치거나 태어날 때 오랫동안 울지 않았거나 물에 빠져 숨이 막힌 채 기절하면 우리도 강혁이처럼 될 수 있어요.”
나는 첫아이를 조산했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산소마스크에 씌어져 특별인큐베이터에 옮겨졌다. 1.4Kg의 저체중이었고 힘이 없어 스스로 우유를 먹을 수도 없었다. 의사는 살아날 확률이 50%라고 했고 살아난다 해도 기능이 모두 정상일지는 장담할 수 없으니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두 달 동안 위험한 고비를 여러 번 거치고 아이가 혼자서 우유를 먹을 수 있게 되자 퇴원했다. 처음 아이를 가슴에 안는 순간 그 떨림을 채 느끼기도 전에 의사는 아이의 머리에 물이 고여 뇌를 누르고 있으니 혹시 먹는 것을 토하면 다시 데려 오라고 했다. 꽃잎처럼 여리고 예쁜 아이를 바라보며 나는 가슴 졸이며 아이를 키워야 했다. 그 후 정말 감사하게도 아이는 걱정했던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내고 잘 자라주었다. 하지만 난 우리 아이도 강혁이처럼 될 수 있었음을 알고 있다. 그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닌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갖고 태어날 수도 있지만 정상적으로 태어났어도 살아가다가 사고에 의해 장애를 갖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도 강혁이처럼 될 수 있다는 작가의 말에 가슴아프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다.
나는 눈은 처지고 입은 반쯤 벌린 채 슬픈 표정으로 놀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강혁이 모습에서 또 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사랑하는 주몽학교 학생들.
주몽학교는 지체장애나 정신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이다. 고덕도서관에서 이 아이들에게 그림동화도 보여 주고 이야기도 들려 주는데 나에게는 힘들기도 하지만 소중한 시간이다. 때때로 이야기의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고, 나의 바쁨을 핑계로 좀더 재미있고 알기 쉬운 자료를 준비하지 못해 미안하다. 그래도 아이들은 늘 밝은 얼굴로 반겨주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기다린다. 이 아이들은 비장애아에 비해 이해력도 없고 대답도 잘 못하고 성장도 더디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을 만나며 오히려 힘을 얻는다. 이기적인 요즘의 아이들과 달리 이 아이들은 쑥스러워 하는 친구를 격려해서 발표를 하게 하고, 발표를 잘 못해도 자기가 앉은 의자에서 일어섰다는 사실만으로 하이파이브를 청할 수 있는 예쁜 마음이 있다. 이야기를 들려주느라 땀을 흘리는 선생님에게 음료수를 권하는 대견함도 있다. 무엇보다 돌아갈 때 조금 성한 아이가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자기보다 걷는 것이 힘든 아이를 부축하고 나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처음 주몽학교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 줄 몇 년 전만 해도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왔던 아이들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 곁에 앉으면 엄마들이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피해서 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갔었다. 하지만 요즘은 거리를 두지 않고 함께 앉아 이야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게 되어 흐뭇하다.
강혁이가 친구가 없어 슬프다면 그것은 누구 잘못일까?
주몽학교 아이들처럼 친구를 격려하고 여린 친구를 부축할 수 있는 마음이 없는 우리 모두가 고쳐야 할 잘못인 것이다.
장애를 가졌다는 것이 놀리거나 무시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겐 더욱 그렇다. 잘못된 지식이나 오해가 더욱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사이를 멀어지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나와 다른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나와 함께 살아갈 강혁이를 이 작은 책을 통해서나마 알려 주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지지 않고 강혁이의 슬픈 눈이 환히 웃음 지을 수 있는 세상이 우리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세상인 것이다.
                                                   정순재 |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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